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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자녀를 둔 부모의 현실적인 감정 관리법

by 홍차언니 2025. 6. 30.

고3 자녀를 둔 부모는 종종 수험생보다 더 불안하고 지치기 쉽다. 아이는 아이대로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부모는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면서도 눈치와 감정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이중의 스트레스를 겪는다. 아무리 담담하려 해도 작은 말 한마디에 상처받고, 입시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은 끊임없는 불안을 부른다. 그러나 감정을 억누르기만 한다고 해결되는 건 없다. 오히려 이 시기에는 부모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건강하게 조절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절실하다. 이 글에서는 고3 자녀를 둔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감정 관리법을 소개한다.

고3 자녀를 둔 부모의 현실적인 감정 관리법

 

1. 내려놓음이 아닌 조절을 위한 감정 인식 훈련

 

고3이라는 시기는 부모에게도 일종의 시험 기간이다. 아이가 공부하는 모습에 따라 기대와 걱정이 반복되며, 감정은 하루에도 수차례 요동친다. 하지만 부모가 느끼는 이 복잡한 감정을 무작정 억누르거나 “나는 괜찮아야 해”라고 자기 암시만 반복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을 억제하면 불안은 잠재되어 있다가 예기치 않은 순간에 더 강하게 분출된다. 따라서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공부를 늦게 시작했을 때 느끼는 감정이 단순한 ‘답답함’인지, ‘불안함’인지, 혹은 ‘실망’인지 구체적으로 구분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 감정의 정체를 정확히 알아야 조절도 가능해진다. 감정을 인식하는 좋은 방법은 일기나 감정 다이어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하루에 한 번, 단 세 문장이라도 좋다. “오늘 아이가 핸드폰을 계속 하는 걸 보고 화가 났다. 사실은 불안해서 그랬다. 내 마음을 나도 이해하고 싶다.”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적는 습관은 정서적인 안정과 해석력을 키운다.

감정을 인식한 후에는 그것을 아이에게 투영하지 않도록 감정의 주체를 분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예컨대 “왜 이렇게 공부를 안 해!”라는 말 뒤에는 “혹시 원하는 대학에 못 가면 어쩌지?”라는 부모 자신의 두려움이 숨어 있다. 이럴 땐 직접적인 말보다는 “엄마가 좀 불안한가 봐”라고 감정을 나누는 식으로 표현을 바꾸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방식은 갈등을 줄이고, 자녀와의 정서적 연결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흐르게 하면 가볍고, 쌓이면 무거울 뿐이다. 고3 부모가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은 단지 자신을 위한 일이 아니라, 자녀에게 안정된 환경을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배려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2. 아이의 성적보다 더 중요한 관계에 집중하기

 

입시 시즌이 본격화되면 많은 부모가 아이의 성적에 과도하게 집중하게 된다. 모의고사 성적표가 나올 때마다 한숨이 깊어지고, “왜 이 부분을 이렇게 틀렸을까?”, “이 점수로는 어느 대학도 힘들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돈다. 그러나 이 시기에 성적에만 집중하다 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틀어지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신뢰는 단기간에 쌓는 것이 아니라, 수년간의 누적된 정서적 경험의 결과다. 고3이라는 예민한 시기에는 작은 말 한마디가 관계를 멀어지게 만들 수도 있고, 반대로 아무 말 없이 묵묵히 함께 있어주는 태도가 아이에게 큰 위로가 될 수도 있다. 아이가 성적에 흔들리고 스스로에 대해 실망할 때, 부모가 성적에 대해 평가하지 않고 그 감정을 받아주기만 해도 관계는 단단해진다.

예를 들어, “이번엔 좀 아쉽지?”라는 말보다는 “지금 많이 속상하겠다. 너 스스로 힘들었겠다”고 말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아이는 성적보다 감정을 먼저 이해받을 때 부모를 다시 ‘안전한 존재’로 느낀다. 이 안정감이야말로 고3 시기 부모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지원이다.

또한, 아이의 ‘노력’을 인정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면 아이는 시도조차 두려워하게 된다. 그러나 “요즘 너 많이 애쓰는 거 알아”라는 말은 그 자체로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성적은 성과의 결과지만, 노력은 태도의 산물이다. 부모가 이 차이를 인식하고 칭찬해 줄 때, 아이는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무엇보다 기억해야 할 점은, 입시는 일시적인 이벤트지만 관계는 평생 간다는 사실이다.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는 날, 좋은 결과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 부모는 내가 어떤 결과를 갖더라도 내 편이었다”는 확신이다. 그것이 아이의 회복 탄력성을 키워주는 진짜 밑거름이 된다.

 

3. 부모의 일상과 자존감을 지키는 자기 돌봄 습관

 

고3 자녀의 입시 준비에 몰입하면서 부모는 종종 자신의 삶을 잊는다. 하루 종일 아이의 컨디션과 공부 시간, 학원 일정, 성적표에만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자기 자신은 뒷전이 되어버리기 쉽다. 특히 엄마의 경우, ‘엄마’라는 역할에만 매몰되어 정작 한 사람으로서의 나를 돌보는 일은 등한시하게 된다. 그러나 아이를 위해서라도 부모가 자기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 자신만의 고정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간단한 산책, 주말 요가, 아침 독서 10분 같은 작은 일상이라도 좋다. 이런 루틴은 감정의 리듬을 안정시키고, 부모가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회복하게 해준다. 갱년기나 중년 이후 감정이 예민해지는 시기일수록 몸과 마음의 건강 관리는 필수다.

둘째, 또래 부모들과의 소통을 통해 감정의 출구를 마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고3 부모 커뮤니티나 학교 학부모 모임, 또는 SNS 기반의 ‘부모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면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감정적으로 지지받는 느낌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위로이자 현실적인 정보 교환의 장이 된다.

셋째, 자신의 성취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나쯤 만들어두자. 작은 취미활동이라도 좋다. 정원 가꾸기, 그림 그리기, 일기 쓰기, 블로그 운영 등은 감정의 순환을 돕고 자존감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부모가 자기 삶을 사랑하고 있다는 태도는 아이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 엄마는 나를 위해 헌신했지만, 자신도 소중히 여겼다”는 인식은 자녀에게도 건강한 자아상을 심어준다.

마지막으로, 모든 걸 ‘결과로 판단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이의 시험 성적도, 부모 자신의 감정 상태도 완벽할 수 없다. 그러나 감정이 흐르고 있음을 인식하고, 내가 나를 돌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변화다. 자기 돌봄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부모의 역할을 더 건강하게 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고3 자녀를 둔 부모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의 삶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 아니라 옆에서 오래도록 함께 걸어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감정을 억누르지 말고, 관계를 놓치지 말고, 자신을 잊지 말자. 그것이 입시보다 더 중요한 인생 교육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