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음식을 받아들일 때 가장 먼저 작동하는 감각은 ‘시각’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후각’이 더 강렬하게 작용합니다. 맛의 대부분은 냄새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향은 음식 경험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냄새가 어떤 이들에게는 식욕을 돋우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적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별 문화, 환경, 역사, 심리적 경험이 어우러져 형성된 결과입니다. 김치 냄새를 좋아하는 한국인과 힘들어하는 서양인, 치즈 냄새를 즐기는 유럽인과 낯설어하는 아시아인, 그리고 두리안을 사랑하는 동남아인과 멀리하는 다른 지역 사람들. 음식 냄새에 대한 호불호는 그 자체로 음식 문화의 다양성과 차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1. 한국의 발효 음식과 서양의 낯선 경험
한국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은 ‘발효’입니다. 김치, 청국장, 젓갈, 된장, 간장 모두 발효 과정을 거쳐 완성됩니다. 발효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한 냄새는 한국인에게 익숙하고 식욕을 돋우는 향입니다. 예를 들어 김치의 톡 쏘는 발효 냄새는 밥과 함께했을 때 그야말로 최고의 조화를 이루며, 청국장의 구수하면서도 강렬한 향은 어린 시절 가족 식탁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인에게 이런 발효 냄새는 맛의 깊이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하지만 같은 냄새가 서양인에게는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집니다. 낯선 발효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코를 자극하는 강렬한 향을 부패와 동일시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외국인 중 일부는 김치 냄새를 냉장고에서 맡았을 때 ‘음식이 상한 것 같다’고 느낍니다. 청국장 역시 콩이 썩은 것처럼 느껴져 쉽게 다가가지 못합니다. 그러나 한국인에게는 ‘발효=맛의 완성’이라는 문화적 코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같은 냄새가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이 차이는 단순히 미각의 차이를 넘어 문화적 배경에서 비롯됩니다. 한국은 오랜 농경 사회에서 저장과 보존을 위해 발효 기술을 발전시켰고, 그 과정에서 발효 냄새는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습니다. 반대로 서양은 냉장 보관법과 건조, 훈제 기술을 발달시켰기 때문에 발효 냄새에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김치와 청국장의 향을 한국인은 ‘구수하고 깊은 맛’으로, 서양인은 ‘강하고 낯선 냄새’로 해석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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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서양 치즈 냄새와 아시아인의 거부감
반대로 서양에서 널리 사랑받는 치즈는 아시아인들에게 종종 낯선 경험이 됩니다. 특히 블루치즈나 숙성 치즈는 곰팡이 냄새와 강한 암모니아 향을 풍깁니다. 서양인에게는 이러한 향이 고급스러운 풍미로 받아들여지고, 와인과 곁들일 때 더 깊은 맛을 낸다고 평가됩니다. 하지만 발효의 다른 방향에 익숙한 아시아인에게는 치즈 냄새가 ‘썩은 것 같다’거나 ‘동물적인 냄새가 난다’고 느껴져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유럽에서는 치즈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의 일부입니다. 오랜 숙성 과정을 거치며 완성되는 치즈는 지역의 특성을 담은 상징적인 음식으로, 프랑스의 카망베르, 이탈리아의 고르곤졸라, 스위스의 에멘탈 등 각 나라별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담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치즈 냄새는 ‘전통의 향기’입니다. 반면 한국이나 일본 같은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발효 식품이라 해도 된장, 김치처럼 다른 방향의 향에 익숙했기 때문에, 치즈 냄새는 낯설고 기피되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냄새에 대한 경험이 어릴 적부터 어떻게 쌓이는지에 따라 결정됩니다. 유럽 아이들은 치즈를 일상적으로 접하며 성장하기 때문에 치즈 냄새를 당연히 ‘맛있다’고 인식합니다. 반면 아시아 아이들에게 치즈는 간혹 접하는 특별한 음식이며, 강한 냄새는 쉽게 친숙해지지 않습니다. 결국 냄새에 대한 호불호는 후천적 학습과 문화적 경험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동남아의 두리안, 극단적 반응을 불러오는 과일
세계에서 가장 강렬한 음식 냄새를 가진 대표적인 식품을 꼽으라면 단연 두리안입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과일의 왕’이라 불리며 큰 사랑을 받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극단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두리안은 껍질을 열자마자 퍼져 나오는 강한 냄새 때문에 호텔이나 대중교통에서 반입이 금지되기도 합니다. 현지인들은 두리안의 향을 ‘달콤하고 매혹적인 냄새’로 느끼지만, 낯선 이들은 ‘썩은 양파, 하수구 냄새, 심지어 휘발유 냄새 같다’고 묘사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사람들에게 두리안은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가족과 함께 나누는 전통적인 과일로 자리 잡았고, 두리안 시즌이 되면 마치 축제처럼 사람들이 모여 즐깁니다. 그들에게는 강한 냄새조차 두리안만의 매력을 상징하는 요소입니다. 반면 서구권 사람들은 두리안을 처음 접했을 때 후각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맛을 경험하기 전에 이미 거부감을 느낍니다. 하지만 두리안을 여러 번 접한 일부 사람들은 점차 그 향을 ‘중독성 있다’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는 냄새에 대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인식이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두리안의 사례는 냄새가 얼마나 주관적인지, 그리고 문화적 배경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해석될 수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한쪽에서는 최고의 과일로, 다른 쪽에서는 먹기 어려운 음식으로 나뉘는 현상은 냄새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임을 잘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음식 냄새는 단순한 향기가 아니라 문화와 정체성을 드러내는 강력한 언어입니다. 같은 냄새가 어떤 이들에게는 소중한 추억과 익숙한 일상으로 다가오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거부감과 낯섦으로 다가옵니다. 김치와 청국장, 치즈와 두리안의 사례는 냄새가 얼마나 상대적이고, 경험과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결국 냄새에 대한 이해는 음식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첫걸음이며, 다른 나라의 음식을 접할 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지혜가 필요합니다.